러너는 무너지면서도 다시 균형을 찾는다.
어제는 솔직히 조금 무서웠습니다.
갑작스러운 식은땀.
몸살처럼 욱신거리는 근육.
가슴 안쪽과 식도 주변을 조여오는 통증.
그리고 “아… 이거 뭔가 잘못됐다” 싶은 순간.
출근 버스 안에서 몸을 어떻게 둬야 할지 몰랐고, 결국 사내병원과 외부 병원까지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수액도 맞고 약도 처방받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있습니다.
사람 몸이라는 건 참 이상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번 주 러닝은 끝났네…” 싶었는데, 짧지만 깊게 잠든 뒤 오늘 새벽 몸 상태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물론 완벽한 컨디션은 아닙니다.
새벽에도 설사 때문에 몇 번씩 화장실을 갔고, 수면도 끊겼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
몸이 다시 살아나려는 느낌.
러너들은 압니다.
“오늘은 진짜 안 되겠다”와
“어? 조금 움직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 미묘한 차이를요.
그래서 새벽 5시.
천안 종합운동장 트랙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훈련”이 아니라
“회복”.
속도 욕심도 없었습니다.
7분대 페이스.
천천히.
몸 상태 체크하면서.
크루원들과 웃고 떠들며 달렸습니다.
결과는 7km 회복 조깅 + 1km 정도의 아주 짧은 역방향 랩.
평균 심박은 110대.
평소 저보다 훨씬 느린 러닝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이 페이스가 좋았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몸이 “고맙다”고 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좌우 밸런스가 돌아오고 있다.
오늘 가장 놀랐던 건 사실 페이스가 아니라 “좌우 밸런스”였습니다.
제가 고관절 부상 이후 가장 스트레스받았던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몸은 생각보다 정직합니다.
어디 한 곳이 아프면 무의식적으로 반대쪽으로 체중을 넘기고, 결국 러닝 폼 전체가 무너집니다.
부상 직후 저는 오른쪽으로 크게 쏠리는 패턴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데이터를 보니 거의 50:50 근처까지 회복되고 있었습니다.
이건 단순 숫자가 아닙니다.
“몸이 다시 양발을 믿기 시작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물론 아직 빠르게 뛰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억지로 템포런이나 인터벌 들어가면 제 고관절이 저를 보며 이렇게 말할 겁니다.
“형… 눈치 좀…”
그래서 오늘은 욕심 대신 회복을 선택했습니다.
러닝은 결국 오래 남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니까요.
러닝 후 수다 2시간 30분
러닝보다 더 길었던 건 수다였습니다.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
단팥빵 하나.
그리고 러닝 이야기.
신발 이야기.
부상 이야기.
회복 이야기.
기타 이야기.
가끔 생각합니다.
러닝 크루는 운동 모임이 아니라 “회복 공동체”에 가까운 것 같다고.
다들 각자의 삶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몸도 아프고, 정신적으로 흔들리는데 새벽 트랙에 모이면 조금씩 살아납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굴짬뽕과 현실적인 절제
집에 와서는 굴짬뽕을 먹었습니다.
물론 속이 완전히 회복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면은 절반만 먹었습니다.
대신 해물, 양파, 야채 위주로 먹고 국물은 거의 마시지 않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국물까지 싹 비우고 볶음밥까지 갔겠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40대가 되니 깨닫게 됩니다.
“먹는 즐거움”과
“몸의 회복” 사이의 균형도 중요하다는 걸.
물론 굴짬뽕은 맛있었습니다.
러너에게 짬뽕 국물은 거의 도파민 수액 수준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몸이 우선이었습니다.
탈수와 체중 변화
어제 설사와 탈수 때문인지 체중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63kg → 62.5kg → 다시 수분 보충 후 64kg대.
많은 분들이 체중이 갑자기 줄면 지방이 빠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수분 변화입니다.
특히 러너는 더 그렇습니다.
우리 몸의 글리코겐은 물과 함께 저장됩니다.
탄수화물 저장량이 줄고 탈수가 오면 체중은 순식간에 떨어집니다.
반대로 수액과 수분 섭취 후 다시 올라옵니다.
즉 오늘 제 몸무게는 “살이 빠졌다/쪘다”보다 “몸이 얼마나 말라 있었는가”에 가까운 숫자였습니다.
오늘 느낀 가장 중요한 것
저는 원래 버티는 스타일입니다.
몸이 아파도 참고.
피곤해도 참고.
일도 하고 운동도 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몸이 강제로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조금 깨달았습니다.
회복도 훈련이라는 걸.
잘 쉬는 것도 실력이라는 걸.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오래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오늘 제 러닝은 기록상으로 보면 느린 조깅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근 가장 의미 있었던 러닝 중 하나였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속도”가 아니라
“회복”을 달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다시 천천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임박해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다시 달릴 날들이.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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