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달렸는데, 오히려 더 멀리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5월의 대전 보문산.
이번에는 단순 러닝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여행 같았습니다.
이번 모임은 저희 트레일 러닝 팀과 대전의 트레일 모임이 함께한 합동 트레일 러닝 행사였습니다.
거기에 전문 사진작가 님까지 참석해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
사실 저는 현재 부상 회복 중입니다.
고관절과 하체 충격 문제로 한동안 거의 뛰지 못했고, 약 20일 정도 제대로 쉬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 첫 복귀: 집 근처 4km 아주 천천히 조깅 (크루 정기 모임)
- 하루 휴식
- 광교호수공원 고래런 11km LSD
- 또 하루 휴식
- 그리고 이번 보문산 트레일 러닝 (팀X팀 행사)
예전 같았으면 “빨리 원래 몸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몸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느낌으로 움직였습니다.
기록은 느렸지만, 몸은 오히려 좋아했습니다
이번 기록은 이랬습니다.
- 거리: 9.86km (실제거리에서 보정이 들어가 거리가 3km정도 줄었습니다. 코스이탈 수차례)
- 누적 상승: 864m
- 시간: 2시간 31분
- 평균 심박수: 135bpm
- 평균 페이스: 15분대
딱 숫자만 보면 “엄청 느린데?”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트레일에서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몸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는가”입니다.
특히 이번은:
- 걷기
- 천천히 뛰기
- 사진 찍기
- 쉬면서 대화하기
- 먹고 웃기
- 경치 보기
이 모든 것이 섞여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천천히 움직였는데도 가민의 유산소 운동 효과는 무려 4.8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즉, 심폐 자극은 충분했지만 몸은 비교적 덜 망가졌다는 뜻입니다.
트레일 러닝이 좋은 이유
“느린데 힘들고, 힘든데 기분은 좋다”
로드 러닝은 기록 중심입니다.
하지만 트레일은 조금 다릅니다.
흙길, 돌길, 오르막, 내리막, 나무 냄새, 바람, 사람들.
계속 균형을 잡고 몸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뇌도 계속 활성화됩니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자연 환경 속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감소와 정신 회복 효과에 긍정적이라는 결과들이 많습니다.
쉽게 말하면:
트레일은 몸만 운동하는 게 아니라
뇌까지 환기되는 운동입니다.
특히 저처럼 반도체 업계에서 수많은 변수와 압박 속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더 크게 느껴집니다.
회사에서는:
- 데이터
- 리스크
- 발표
- 설득
- 책임
이 반복됩니다.
그러다 산에 가면 갑자기 생각이 단순해집니다.
“다음 돌 안 밟고 어디 디딜까?”
그 순간만큼은 미래 걱정도 줄어듭니다 😂
오히려 걷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이번 기록을 보니:
- 러닝 시간 약 59분
- 걷기 시간 약 1시간 20분
거의 걷기가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그게 가장 좋았습니다.
부상 복귀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실수합니다.
“조금 괜찮아졌네?”
→ 바로 강도 올림
→ 다시 통증
→ 멘탈 무너짐
저도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 하루 뛰고
- 하루 쉬고
- 천천히 가고
- 통증 느껴지면 속도 낮추고
- 걷고
- 또 천천히 뛰고
이렇게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몸이 예전보다 덜 불안합니다.
결국 회복이라는 건:
“내 몸에게 다시 신뢰를 주는 과정”
같습니다.
그리고 역시 사람은 혼자보다 함께가 좋습니다
이번 트레일에서 가장 좋았던 건 사실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크루원들과 웃고 이야기하고, 기존 크루원들과 더 가까워진 시간이었습니다.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고, “이 신발 어떠냐”, “어디 아프냐”, “다음 대회 뭐 나가냐” 같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트레일 크루 문화의 매력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엄청 빠르고, 누군가는 천천히 갑니다.
그런데 결국 다 같이 웃으며 내려옵니다.
그게 좋았습니다 😊
작가님 사진은 정말… 반칙입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서 가장 놀랐던 건 작가님의 사진 퀄리티였습니다 📸🔥
사실 저는 부상 중이라 거의 산책 느낌으로 움직였는데…
사진에서는 무슨 UTMB 나가는 사람처럼 나왔습니다.
특히 숲 속에서 찍힌 러닝 사진은:
- 빛
- 배경 흐림
- 움직임
- 자세
이런 것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담겨 있었습니다.
현실은:
“헉헉… 잠깐만요…”
였는데 사진은:
“자연과 하나 된 트레일 러너”
느낌입니다 😂
역시 전문가는 다르더군요.
요즘 제가 조금씩 배우는 것
예전의 저는:
- 기록
- 페이스
- 경쟁
- 더 빨리
- 더 강하게
이런 것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부상 이후 조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오래 달리는 사람들은 의외로:
- 잘 쉬고
- 천천히 가고
- 몸 상태를 관찰하고
- 무리하지 않고
- 꾸준히 남아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오늘 얼마나 빠른가”보다
“10년 뒤에도 계속 달릴 수 있는가”
인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보문산 트레일은 기록보다 기억이 더 많이 남는 하루였습니다.
부상 중이라 천천히 갔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많은 풍경과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너무 빨리만 가려고 하면 주변이 안 보입니다.
가끔은 속도를 줄여야 오래 갑니다.
요즘 저는 다시 천천히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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