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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닝 성장하기 ⦘🏃‍♀️

【 러닝 이야기 】 풀코스 첫 포기

insighteden 2026. 4.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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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F에서 끝나지 않는 사람, 다시 출발선에 서는 러너의 이야기

마라톤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합니다.
긴 시간 훈련한 결과가 대회 당일 완벽하게 펼쳐지고,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 말입니다. 저 역시 이번 풀코스를 준비하며 그런 장면을 여러 번 떠올렸습니다.

카보로딩도 정성껏 했습니다. 백미, 바나나, 식빵, 꿀, 이온음료를 나누어 먹으며 몸속 에너지를 차곡차곡 채웠습니다. 수면도 챙기고, 장 상태도 점검하고, 출발 전 새벽부터 움직이며 모든 것을 준비했습니다. 몸은 가벼웠고, 마음은 뜨거웠습니다.
“오늘은 해낼 수 있다.”
그 확신은 분명 진짜였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준비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몸은 달릴 준비가 되었는데, 통증이 멈춰 세웠습니다

레이스 초반은 좋았습니다.
심박은 안정적이었고, 호흡은 통제 가능했습니다. 페이스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에너지도 충분했습니다. 몸 상태만 보면 오늘은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중반 이후부터 우측 고관절과 골반 부근에 강한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참고 달려보려 했습니다. 러너라면 누구나 압니다. 대회 중 찾아오는 불편함은 어느 정도 견뎌야 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이번 통증은 달랐습니다.
조금 불편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속도를 올릴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몸을 붙잡았습니다. 다시 뛰어보려 하면 “아…” 하는 신음이 나왔고, 걸어도 아플 정도였습니다. 몸은 앞으로 가자고 하는데, 다리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엔진은 살아 있었지만, 차체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멈췄습니다.
그리고 DNF(중도 포기)를 선택했습니다.


가장 아팠던 순간은 통증만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진짜 충격은 통증만이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화장실도 들르고, 걸으며 상태를 확인하고 있을 때 수백 명의 풀코스 주자들이 저를 지나쳐 갔습니다. 그 장면은 이상하게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통증이 오기 전까지 내가 꽤 앞쪽에서 달리고 있었구나.
페이스도 나쁘지 않았고, 분명 상위권 흐름 안에 있었다는 것을요.

한 명, 두 명, 열 명, 수십 명… 그리고 끝없이 스쳐 지나가는 러너들.

그 순간 찾아온 감정은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었습니다.
현타였습니다.

몸은 아픈데, 마음까지 무너졌습니다.
“아, 오늘 될 수도 있었는데.”
“내가 여기서 멈추는구나.”
“지금 지나가는 저 흐름 속에 내가 있었는데…”

통증은 육체에 왔지만, 타격은 마음까지 번졌습니다.

결국 저는 경찰차를 타고 회송했습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코스를 바라보며 돌아오는 길은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그 순간의 허망함

솔직히 허망했습니다.

몇 주, 몇 달 동안 쌓아 온 훈련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새벽 기상, 긴 거리 러닝, 식단 조절, 대회 전략, 회복 관리. 모든 것이 한순간에 멈춘 듯했습니다.

더 답답했던 것은 심폐 능력은 남아 있었다는 점입니다.
숨은 괜찮았고, 심장은 더 뛸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관절 통증 하나 때문에 달릴 수 없었습니다.

사람은 이런 날 자신을 의심합니다.

  • 내가 준비를 잘못했나?
  • 괜히 욕심낸 건 아닐까?
  • 나는 아직 부족한가?

아마 많은 러너들이 비슷한 감정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실패에서 다른 것을 보았습니다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위로해 주셨습니다.

  • 멀리 보고 회복하세요.
  • 잘 결정하셨어요.
  • 다음 대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이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습니다.

이번 레이스의 본질은 기록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더 오래 달리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억지로 참고 끝까지 갔다면 어땠을까요?

  • 부상이 악화되어 몇 달을 쉬었을 수도 있습니다.
  • 러닝 자체가 두려워졌을 수도 있습니다.
  • 다음 시즌까지 무너졌을 수도 있습니다.

멈춘 것은 패배가 아니라, 미래를 지키기 위한 판단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성장해 왔습니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저는 이미 많이 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짧은 거리도 버거웠습니다.
그러다 5km를 뛰고, 10km를 완주하고, 하프를 넘었습니다.

공식 풀코스에서 3시간 26분을 기록했고, 이후 3시간 12분 완주도 해냈습니다. 수많은 참가자들 속에서 상위권으로 들어온 경험도 있습니다.

겨울에는 부상으로 훈련이 끊겼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장수 트레일 대회에서 산길을 7시간 29분 달리며 완주했습니다.

험한 오르막과 내리막, 체력과 정신력을 모두 시험하는 코스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한 번도 쉬운 길로만 오지 않았습니다.
넘어지고, 아프고, 흔들리면서도 계속 돌아왔습니다.


진짜 실력은 기록지가 아니라 복귀력입니다

우리는 종종 기록만 보고 자신을 평가합니다.

몇 시간 몇 분, 평균 페이스, 순위, PB.

물론 중요합니다. 기록은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더 중요한 능력이 있습니다.

복귀력입니다.

  • 계획이 틀어졌을 때 다시 시작하는 힘
  • 실패 후에도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태도
  • 무너진 날에도 운동화를 다시 묶는 습관
  • 잃은 것보다 남은 것을 보는 시선

이것이 오래 가는 사람의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이번 경험을 그냥 아쉬움으로 남기지 않겠습니다.

  • 고관절과 골반 안정화 훈련 강화
  • 유연성 및 밸런스 점검
  • 대회 전 자극 훈련 강도 조절
  • 더운 날씨 대응 전략 보완
  • 통증 신호를 읽는 능력 향상
  • 실패 경험을 데이터로 바꾸기

그리고 다시 출발선에 서겠습니다.

더 현명하게, 더 단단하게, 더 깊어진 마음으로 말입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대회 결과만 보면 저는 완주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저는 아직 성장 중인 사람입니다.

DNF는 문장이 끝났다는 마침표가 아닙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쉼표에 가깝습니다.

수백 명에게 추월당한 장면도, 경찰차를 타고 돌아온 순간도, 오늘의 허망함도 언젠가는 다음 도약의 재료가 될 것입니다.

저는 다시 달릴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결승선에서는 이번 실패까지 함께 안고 들어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짜 러너는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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