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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담 】 욕망의 임계점을 넘고 나서야 보인 것들 - 나의 전환점? 이야기

insighteden 2026. 3. 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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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란 포기가 아니다.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롤로그 :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던 프로세스

스마트폰을 오래 쓰다 보면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배터리가 왜 이렇게 빨리 닳지? 싶어 설정을 열어보면, 정작 쓰지도 않는 앱들이 백그라운드에서 줄기차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죠.

사람도 비슷합니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 뇌의 CPU 어딘가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욕구, 충동, 갈망. 이것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24시간, 일주일 내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백그라운드 앱이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그곳에 쏟아붓고 있었는지를.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의 전환점임계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임계점이란 무엇인가 — 물이 100도에서 끓는 이유

물리학에서 임계점(Critical Point) 이란 어떤 물질이 상태를 바꾸는 순간을 말합니다. 물이 99도일 때와 100도일 때, 온도 차이는 고작 1도입니다. 그런데 그 1도가 물을 수증기로 바꿔버립니다.

변화는 늘 그런 식으로 옵니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는 개념을 처음 대중화한 말콤 글래드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변화는 천천히, 그러다 갑자기 온다고. 수면 아래에서 에너지가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으면 —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저의 임계점은 거창한 깨달음의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조용한 날, 그냥 "굳이?" 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 단 두 글자가 제 안에서 뭔가를 바꿔놓았습니다.


2. "굳이?" — 가장 강력한 두 글자

저는 오랫동안 욕구에 끌려다녔습니다.
끌려다닌다는 표현이 좀 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이 그랬습니다. 무언가를 원하는 감각이 생기면, 그 감각이 생각을 지배하고, 생각이 시간을 잠식하고, 시간이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감각이 올라올 때 자동반사적으로 드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굳이?"

이 두 글자는 억압이 아닙니다. 비교하자면, 이건 마치 술자리에서 "한 잔 더 할까?"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 "아, 난 오늘 이 정도면 충분한데" 라고 느끼는 것과 같은 감각입니다.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진짜로 충분한 상태.

그 차이가 전부입니다.

억압은 긴장을 만들고, 긴장은 언젠가 반드시 폭발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절제는 긴장이 없습니다. 그냥 고요합니다. 필요를 느끼지 않는 상태, 선택할 수 있는 상태 — 그것이 진짜 자유입니다.


3. 능력은 오르고, 욕구는 내려오는 역설

여기서 재미있는 역설이 등장합니다.

보통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욕구가 강해야 능력도 강하다. 마치 연료가 많아야 엔진도 잘 돌아간다는 논리처럼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욕구에 지배당할 때, 우리는 분산됩니다. 에너지가 사방으로 새어나갑니다. 집중력은 흐려지고, 퍼포먼스는 오히려 들쭉날쭉해집니다.

반면 욕구를 다스리기 시작하면, 에너지가 모입니다. 집중이 됩니다. 그리고 그 집중된 상태에서의 퍼포먼스는 — 전혀 다른 차원이 됩니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도 이 현상을 오래전부터 다뤄왔습니다. 지나치게 결과에 집착할 때보다, 오히려 결과에 초연해졌을 때 최고의 퍼포먼스가 나온다는 것. 골프 선수가 홀인원을 '만들려고' 할 때보다 그냥 스윙에 집중할 때 더 좋은 샷이 나오는 것처럼요.

욕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그것이 역설적으로 능력을 해방시킵니다.


4. 전환점 — 달리기가 내게 가르쳐 준 것

저는 러너입니다. 마라톤을 오래 해왔고, 한때 월 350km를 소화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상이 왔습니다. 내전근 부상, 그리고 그 부상에서 너무 급하게 복귀하려다 생긴 무릎 주변의 염증. 3일 동안 100km를 뛰고 나서 몸이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처음엔 억울했습니다. 왜 하필 지금? 레이스를 앞두고, 컨디션이 올라오던 시점에 몸이 배신(?)을 한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강제로 멈추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달리기에 대한 욕구 역시 —무의식 중에— 끌려다니고 있었습니다. 기록에 대한 집착, 빠르게 복귀해야 한다는 강박, 쉬는 것에 대한 죄책감. 이 모든 것들이 또 다른 형태의 지배였습니다.

몸이 강제로 쉬게 만든 그 시간 동안, 저는 달리기와 거리를 두고 달리기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인가, 달리기에 쫓기는 사람인가?

그 질문이 저의 또 다른 전환점이었습니다.


5. 절제의 미학 — 비워야 채워진다

동양 철학에서 무위(無爲) 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억지로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이루어지는 것들에 대한 사상입니다.

처음 이 개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해야 뭔가 이루어지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욕구를 비워내자, 에너지가 생겼습니다.
강박을 내려놓자, 오히려 더 잘 됐습니다.
쫓지 않자, 더 가까이 왔습니다.

비워야 채워진다. 클리셰처럼 들리지만, 이것은 진짜입니다.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에 집착하는 마음이 사라지자, 하루가 이상하게 길어졌습니다. 더 정확히는, 하루를 내 것으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에너지와 시간과 비용이 더 이상 그곳에 흘러가지 않으니, 그것들이 다른 곳을 향해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몸을 돌보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이것이 절제가 주는 선물입니다.


6. 독자분들께 드리는 인사이트 — 당신의 임계점은 어디입니까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백그라운드 앱은 무엇입니까?

돈에 대한 집착일 수도 있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일 수도 있고, SNS 피드를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일 수도 있습니다. 관계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고, 먹는 것에 대한 충동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하나씩,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배터리를 갉아먹는 백그라운드 앱이 있습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자기 인식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했다면, 억압하려 들지 마세요. 억압은 에너지를 더 씁니다. 대신, 그냥 바라보세요. 관찰하세요. 그 욕구가 올라올 때, 싸우지 말고 그냥 "굳이?" 라고 물어보세요.

그 질문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 임계점을 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갑자기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조용히, 그러다 한 번에. 그게 임계점의 방식입니다.


에필로그 : 뿌듯함의 정체

이 글을 쓰면서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감정은 뿌듯함이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해낸 것도 아닙니다. 세상이 알아주는 성취도 아닙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저를 지배하던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감각 — 그것은 어떤 외부적 성취보다 조용하고 깊은 만족감을 줍니다.

절제는 포기가 아닙니다.
절제는 내가 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 선택이 쌓일수록, 삶이 조금씩 내 것이 되어갑니다.

아직 자신의 임계점을 찾고 계신 분들께, 오늘도 조용히 응원을 보냅니다. 물은 반드시 100도에서 끓습니다. 독자님들도 반드시 그 순간이 온다고 생각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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