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내의 눈으로 다시 보는 창의력과 삶의 태도 —
어느 날 거실에서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막내 녀석이 빗자루를 양손에 들고 마치 록스타처럼 에어기타를 치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엄청난 진지함으로. 눈빛은 마치 수만 명의 관중 앞에 선 뮤지션 같았고, 빗자루는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멋진 기타가 되어 있었습니다. 🎸
저는 순간 피식 웃다가, 그 다음 순간 묘하게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나는 언제부터 빗자루를 그냥 빗자루로만 봤을까?"
🌀 막내는 세상을 다르게 봅니다
우리 막내는 그야말로 사물의 경계를 인정하지 않는 아이입니다. 빗자루는 기타가 되고, 옷걸이는 낚싯대가 되고, 30cm 자는 검이 되고, 종이 가방은 투구가 됩니다. 효자손은 무려 우주선 조종간이 된 적도 있습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저는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 라고 부릅니다. 하나의 사물에서 수십 가지 가능성을 끌어내는 능력이죠. 아이들은 태생적으로 이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런데 어른이 될수록 이 능력은 놀랍도록 빠르게 사라집니다.
창의력 연구자 조지 랜드(George Land)의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창의적 사고력을 테스트했을 때 무려 98%가 '천재적 수준'의 창의력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아이들이 10세가 되었을 때는 30%, 15세가 되었을 때는 12%로 뚝 떨어졌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는 고작 2%만이 그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우리는 크면서 창의력을 키운 게 아니라, 잃어버린 겁니다. 😔
🧠 놀이가 뇌를 바꾼다 — 코르티졸 vs 도파민의 전쟁
막내가 빗자루 기타를 치며 까르르 웃을 때, 그 아이의 뇌에서는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Cortisol) 은 줄어들고, 기쁨과 보상의 호르몬인 도파민(Dopamine), 유대감의 호르몬인 옥시토신(Oxytocin), 안정감의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 이 왕성하게 분비됩니다. 순수하게 몰입한 놀이 상태가 만들어내는 뇌의 황금 조합이죠.
반면 저는 어떨까요?
출근길에 오늘 회의 걱정을 하고, 점심을 먹으면서 오후 업무를 머릿속으로 예습하고, 퇴근 후에는 내일 걱정을 선행학습 합니다. 코르티졸이 24시간 풀가동 중인 셈입니다. 🤣
막내는 그냥 지금 이 순간, 빗자루가 기타인 이 찰나에 완전히 몰입합니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습니다. 오직 지금, 이 에어기타 공연만이 전 우주입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플로우(Flow) 상태', 즉 완전한 몰입의 순간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집중력'과 '창의적 몰입'을 막내는 이미 매일 실천하고 있는 겁니다.
📐 철드는 것의 역설 — 큰아들을 보며
큰아이는 다릅니다. 눈치가 빠르고 상황 파악이 빠르며, 어느새 부쩍 '속 깊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성장이 기특하고 대견하면서도, 동시에 묘하게 아립니다.
"아, 저 아이도 이제 사회가 원하는 모양으로 다듬어지고 있구나."
물론 '철이 든다'는 것이 나쁜 건 절대 아닙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결과를 예측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사회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너무 많은 것을 내려놓습니다.
빗자루를 기타로 보는 눈을. 종이 가방을 왕관으로 쓰는 용기를. 틀려도 일단 해보는 뻔뻔함을.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부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스스로 먼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검열합니다. 회의에서 엉뚱한 말 한마디 꺼냈다가 어색한 침묵이 흐를까봐 입을 닫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 아닌가봐'라고 결론 내립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겁니다. 창의력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일찍 검열한 것입니다. ✂️
🚀 막내처럼 산다는 것 — 직장과 일상에서 적용하기
그렇다면 막내의 방식으로 어른의 삶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회사에서 막내처럼 산다는 건, 이런 겁니다.
보고서를 써야 할 때, '이걸 굳이 보고서로 써야 하나? 인포그래픽으로 하면 더 잘 전달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회의에서 '이 문제,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면 어떨까요?'라고 말해 보는 것입니다. 규칙처럼 굳어버린 업무 프로세스에 '왜 이렇게 해야 하지?'라는 막내의 '왜왜왜' 질문을 던져 보는 것입니다. 🙋
이것이 바로 '관찰자의 눈' 입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능력.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보는 눈. 이 능력이 바로 혁신의 씨앗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MP3 플레이어를 보고 '1,000곡을 주머니에'라고 생각한 것도,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이 빈방을 호텔로 본 것도 모두 같은 맥락입니다. 빗자루를 기타로 본 막내의 그 시선, 그게 바로 세상을 바꾼 생각의 출발점입니다.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 막내에게서 배운 용기
막내는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빗자루 기타 연주가 실패해도 (사실 기타 연주가 실패할 수는 없지만) 그냥 다음 놀이로 넘어갑니다. 옷걸이 낚싯대가 아무것도 낚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습니다. 과정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언제부터인가 '결과'만을 목적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결과가 불확실하면 시작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포기합니다. 그 결과, 삶은 점점 안전해지고 예측 가능해지지만… 동시에 점점 재미없어집니다.
막내는 매일 저에게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빠, 오늘 빗자루로 기타 쳐봤어? 안 쳐봤으면 한번 쳐봐. 진짜 재밌거든." 🎸
💡 오늘의 인사이트 — 당신의 빗자루는 무엇인가요?
긴 이야기를 짧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에 천재였습니다. 다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뿐입니다. 창의력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원래부터 우리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다시 꺼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오늘, 눈앞에 있는 사물 하나를 다른 용도로 상상해 보세요. 직장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프로세스 하나에 '왜?'를 던져 보세요. 틀려도 되는 아이디어를 일단 말해 보세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 보세요.
그것이 빗자루를 기타로 만드는 힘입니다.
우리 막내는 오늘도 거실 어딘가에서 효자손으로 우주선을 조종하며 코르티졸을 줄이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 모습을 보며 노트 한 켠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오늘의 목표: 빗자루를 기타로 볼 것. 최소 한 번은."
여러분도 오늘, 각자의 빗자루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 이 글이 공감되셨다면 댓글로 여러분의 '빗자루 기타 경험'을 나눠주세요.
우리 모두 안에 아직 그 막내가 살아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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