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러닝화를 신고 한강으로 나갔습니다.
‘달리기’라고 부르기엔 조금 민망한, 산책에 가까운 슬로조깅이었습니다.
가민 기록은 2.01km.
평균 페이스 8분 28초.
심박수 96bpm.
예전 같았으면 워밍업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겠지만,
오늘은 이 2km가 제법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 한강의 새벽, 그리고 멈춰 선 마음
이른 새벽, 아직 어둠이 짙게 남아 있는 강변.
청담대교 아래를 지나며 물 위에 비친 도시의 불빛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이 길을 ‘훈련 코스’로만 보았습니다.
인터벌을 할 구간, 템포를 올릴 지점, 반환점을 계산하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다리 아래에서 천천히 걷고, 조심스럽게 몇 걸음 뛰며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왜 달리기를 좋아하는가.”
대회 취소, 기록 포기, 복귀 지연.
1~3월 예정된 레이스를 모두 취소하며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하지만 그 공백 덕분에 오히려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러닝화는 그대로인데, 나는 잠시 멈췄습니다
엘리베이터 바닥에 비친 러닝화 사진을 찍으며
괜히 한 번 더 바라보았습니다.
신발은 그대로입니다.
폼도, 카본도, 쿠셔닝도 그대로입니다.
변한 것은 제 몸 상태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신발이 아니라
몸이 아닌
‘욕심’을 신고 달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저는 빠르게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기록을 다시 세우고 싶었고,
크루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부상은 말해주었습니다.
“지금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점검할 시간이다.”
🏷 가민 닉네임 ‘파워 워커’
요즘 제 가민 닉네임은 ‘파워 워커’입니다.
웃자고 지은 이름이지만, 묘하게 위로가 됩니다.
걷는다고 해서 러너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잠시 속도를 줄였을 뿐,
달릴 마음까지 멈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km를 뛰며 깨달았습니다.
몸은 느리지만, 마음은 여전히 달리고 있다는 것을.
168km를 채웠던 2월.
숫자로 보면 충분히 노력한 달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대회를 취소하게 되면서
그 거리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 168km가 있었기에
지금 멈출 줄 아는 판단도 가능했던 것 아닐까요.
🌃 달리지 않아도 좋은 새벽
사진 속 한강은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다리 위 불빛, 잔잔한 수면, 고요한 자전거 도로.
예전에는 페이스를 올리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풍경입니다.
오늘은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숨소리를 들었습니다.
달리기의 본질은 어쩌면
기록이 아니라 ‘나와의 대화’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속도를 낮추니
잡음이 줄어들고
생각이 또렷해졌습니다.
🔥 다시 정식 러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얼른 다시 정식 러닝으로 복귀하고 싶습니다.
템포런도 하고 싶고,
롱런 후 땀에 젖은 성취감도 느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돌아가고 싶습니다.
급하게, 무리해서, 증명하듯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합의한 속도로,
오래 남는 러닝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기록을 쫓는 러너가 아니라
러닝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멈춤도 훈련입니다
달리지 못하는 시간도 훈련이라고 생각해보려 합니다.
회복은 퇴보가 아니라
성장을 준비하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부상은 실패가 아니라
과속을 경고하는 신호였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2km는
다시 시작하기 위한 2km였습니다.
조만간
‘파워 워커’가 아닌
‘러너’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몸으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복귀하겠습니다.
그날까지
걷는 것도, 멈추는 것도
저의 러닝이라고 믿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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