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달린다면서, 왜 이렇게 욕심을 냈을까요”
러닝을 잠시 쉬고 다시 돌아오면, 늘 비슷한 감정이 찾아옵니다.
“이제는 정말 천천히, 오래, 건강하게 달려야지.”
입으로는 분명 그렇게 말합니다. 아니, 진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몸은 기억합니다.
예전에 쌓아두었던 거리, 심박, 호흡, 그리고 달릴 때만 느낄 수 있는 그 충만한 감각을요.
한 달 반의 공백, 그리고 폭발한 러닝 욕구
약 한 달 반 정도 러닝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회복을 위해, 부상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행복하게 달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쉬는 동안 몸은 점점 더 달릴 준비를 해 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글리코겐은 가득 차 있고
- 다리는 가볍게 느껴지고
- 심폐는 “이제 나 좀 써줘”라고 말하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오늘은 천천히 LSD로만 달릴게요.”라는 말이
거리만 천천히 늘어나는 LSD가 되어버렸습니다.
26km LSD – 시작은 아주 모범적이었습니다
복귀 후 첫 번째 장거리 러닝은 26km LSD였습니다.
페이스는 느렸고, 심박도 안정적이었으며, 달리면서 대화도 가능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정말로 건강한 러너였습니다.
러닝을 마친 뒤에도 다리에 큰 불편감은 없었고,
“아, 역시 천천히 오래가야 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이었습니다.
40km LSD – 트랙 100바퀴 챌린지라는 이름의 함정
며칠 뒤,
“이번엔 더 천천히, 정말 느리게 가보자.”라는 명분으로
트랙 100바퀴, 40km LSD를 시도했습니다.
트랙은 평탄합니다.
평탄하다는 말은 곧 같은 자극이 같은 각도로 반복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같은 각도의 착지
- 같은 방향의 회전
- 같은 무릎, 같은 힘줄
러닝 중에는 오히려 너무 편안했습니다.
“이 정도면 아무 문제 없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몸은 이미 계산을 끝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km 템포런 – 욕심의 마침표
결정타는 20km 템포런이었습니다.
느린 조깅에서 느끼는 러너스 하이도 좋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는 빠르게 달릴 때 터질 듯한 심폐와 전신 근육의 긴장감을 정말 좋아합니다.
- 심박이 올라가고
- 호흡이 거칠어지고
- 허벅지와 둔근, 종아리가 동시에 반응하는 그 느낌
그리고 러닝이 끝난 뒤 찾아오는
땀에 젖은 상쾌함과 성취감.
그 감각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결국 저는,
“오늘이 마지막 욕심이다.”라는 말을 하며
욕심의 종합세트를 완성해 버렸습니다.
트레일 러닝까지…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후 이어진 트레일 러닝.
노면 변화와 오르막, 내리막은 분명 재미있었지만
이미 누적된 피로 위에 또 다른 자극을 얹는 셈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나타난 것이 우측 무릎 안쪽 통증,
의심되는 진단은 거위발건염이었습니다.
거위발건염, 생각보다 ‘성실한 러너’가 잘 걸립니다
거위발건염은 대퇴부 안쪽 근육과 힘줄이
무릎 안쪽에서 만나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갑자기 많이, 그리고 반복적으로 달린 사람에게 잘 생긴다.”
특히
- 장거리 급증
- 템포런과 LSD 혼합
- 회복 없이 연속 러닝
이 조합은 거위발건염에게는
거의 초대장에 가깝습니다.
웃픈 결말 – 다시 며칠 휴식 중입니다
결국 저는 지금,
다시 며칠 러닝을 쉬고 있습니다.
스트레칭을 하고,
냉온욕을 하고,
“이번엔 진짜 조심하자.”라고 다짐하면서요.
웃기게도 마음 한편에서는
벌써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 “이제 좀 나아진 것 같은데…”
- “5km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 “천천히라면 문제 없지 않을까?”
러너의 머리는 의사보다 빠르고,
러너의 욕심은 항상 회복보다 한 발 앞서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계속 달릴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계속 달릴 생각입니다.
다만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오래,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하게 달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거위발건염은
“넌 아직 몸의 회복 속도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라는
몸의 메시지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다음에는 욕심보다 한 박자 늦게,
심박보다 마음을 먼저 살피는 러너가 되어 보겠습니다.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러닝 성장하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재활/루틴 이야기 】6일 만에 “이상하리만치” 좋아진 이유와 회복 루틴 정리 (8) | 2026.02.24 |
|---|---|
| 【 다시 회복 이야기 】 거위발건염, 며칠 쉬면 낫는 부상이 아니었습니다 (8) | 2026.02.21 |
| 【 러닝화 소감 】 (24) 살로몬 S/LAB 펄사 3 (1) | 2026.02.17 |
| 【 러닝 이야기 】 연속 고강도 훈련 이후, 광덕산 트레일러닝 입문기 (2) | 2026.02.16 |
| 【 러닝 이야기 】 초미세먼지 ‘안 좋음’ 속에서도 달렸던 이유 (2) | 2026.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