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러닝화를 신지 않은 지가 제법 되었고, 기록 앱을 여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내전근 통증, 그리고 몸이 보내는 분명한 신호 때문입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이 정도는 참고 뛰면 되지.”
“조금 쉬면 다시 괜찮아질 거야.”
“이 타이밍에 쉬면 감각 다 떨어진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 신호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통증 자체보다도, 이제는 무시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무시했을 나, 지금은 멈춘 나
솔직히 말하면, 멈추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러닝은 어느 순간부터 제 하루의 기준점이 되었고,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였고, 스스로를 확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달리지 못하는 날이 쌓일수록 묘한 불안도 함께 따라왔습니다.
“이렇게 쉬어도 괜찮을까?”
“나는 여전히 러너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몸을 이기는 것이 성취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몸을 존중하는 것이 더 오래 갈 수 있는 선택처럼 느껴집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달리지 않아도 러너일 수 있을까?”
요즘 가장 많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달리지 않으면 러너가 아닌 걸까.
기록이 없으면 러닝은 멈춘 걸까.
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러닝은 달리는 행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몸을 회복시키는 시간,
다음 러닝을 위해 욕심을 내려놓는 선택,
그리고 지금의 상태를 인정하는 태도까지도
어쩌면 러닝의 일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멈추니, 생각이 더 많이 움직였다
달리지 못하니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스트레칭을 하고, 예전 러닝 기록을 다시 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달리려고 했는지,
왜 쉬는 걸 실패처럼 느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달리고 싶다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아이러니하게도, 몸이 멈추니 러닝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달리지 못해도, 러닝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달리지 못해도 러닝 이야기는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글이 오히려 오래 남을 수도 있다는 것 말입니다.
지금은 회복 중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천천히 달릴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이 시간 자체를 러닝의 일부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오늘은 뛰지 않았지만,
러닝에서 멀어진 하루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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